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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6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청년필름 10주년 영화제 상영작인 <와니와 준하>를 보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청년필름 10주년 영화제 상영작인 <와니와 준하>를 보다.
대단한 강추위. 성아와 나는 종각에서 만났다. 추위를 무척이나 타는 그녀(그래서 연애 전 그녀는 겨우내 밖엘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이기에 인사동 구경은 따뜻한 날로 미루고 커피빈으로 들어갔다. 무슨 할 얘기가 많은지 시켜놓은 모카는 식어갔고(사실 맛이 없기도 했다) 금새 영화상영 시각이 임박했다.
미술을 하는 그녀이기에 <와니와 준하>를 택했다. 김희선의 극중 직업이 애니메이터이고 영화 속에서 수채화풍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구체적인 장면들이 기억나진 않았지만 좋은 느낌의 영화였기에 그녀도 분명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와니와 준하>를 보러 온 관객은 적지도 많지도 않았다. 적당했다. 그러나 관객의 몸 열기로 난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극장의 한기를 떨쳐낼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서울아트시네마의 열악한 환경을 우리들은 탓하지 않았다. 꼭 붙어 있어 덜 추웠고 우리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으니까. 누가 보면 연애질이라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을 것이고,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용서해야 한다.
다시 본 <와니와 준하>는 역시 좋은 영화였다. 7년 전 겨울, 처음 마주했던 느낌 그대로가 전해졌다. 보통 좋아하는 영화를 두 번 보면 실망도 하기 마련인데 <와니와 준하>는 완전 새로운 영화였다. 당시의 감성 그대로가 전이됐다는 것은 내가 아직도 촉촉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되지만 영화 자체가 절실한 진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감독이 만들어 내는 감각적인 청춘멜로영화를 좋아하지만 <와니와 준하>는 그 어떠한 일본 청춘영화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오래 두고 봐도 좋을 수작이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욕심 없는 이 영화는 오래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김희선은 이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나기 힘들 것이다.
와니와 준하가 보여준 갈등과 해피엔딩은 이제 막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다. 먼 훗날, 우리도 "7년 전 겨울 처음으로 <와니와 준하>를 함께 보았고 1년여 헤어졌다 오늘 다시 영화를 함께 봤다"는 커플 관객처럼, 처음 느낌 그대로 <와니와 준하>를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와니와 준하의 집과 같은, 풍경(風磬)을 매달 수 있는 소박하고 정감있는 집에서 함께 살 수 있기를…. [★★★★]
※덧붙이기
1.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있었는데, 여러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김희선 역에 전도연을 염두에 두었던 터라 미리 작업이 들어갔던 애니메이션에 문제가 생겼던 얘기, 최강희 역에 손예진이, 조승우 역에 김래원이 물망에 올랐으나 감독이 선택하지 않았던 비화를 들려주었다.
2. 극중 최강희는 로모카메라로 몰카를 찍어 나중에 선물로 주는데 나도 그렇게 그녀를 담아 추억을 만들어볼까?
3. 영화를 보고 나서 그녀는 고양이 부상 씬과 주진모의 쓸쓸한 뒷모습이 짠했다 하고 나는 좋은 영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나, 미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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